'게임이론'을 통한 청일전쟁의 전개과정 분석

                                         박홍서(외대국제관계학과)

<목 차>

I. 서론
II. 청일전쟁의 배경: '보상구조(pay-off)'의 형성요인
   1. 청국의 국가이익
   2. 일본의 국가이익
III. 청일전쟁의 전개: '보상구조의 성립'
   1. 청일전쟁전의 상황: '치한(bully) 게임'
   2. 청일전쟁의 발발: '큰치한(big-bully) 게임'
   3. 청일전쟁의 결과: '3국간섭(치한게임)'
IV. 결론

 

I. 서론

이 글의 목적은 '합목적성(rationality)'을 기본전제로 하는 게임이론을 통해 청일전쟁을 분석하는 것이다. 즉, 청일전쟁은 청국과 일본이라는 두행위자가 자신의 국가이익을 만족시 키는 과정속에서 나타난 합리적 게임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전개과정을 설명하고 자 하는 것이다.(1)

게임이론은 기본가정은 행위주체와 ,각 행위주체의 선호도(preference) 또는 효용함수 (utility function), 그리고 게임규칙이 주어졌을 때 각 행위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 을 선택하고 그러한 전략의 조합에 의해 게임 결과를 산출한다는 기본가정을 갖는다.(2) 따 라서, 게임이론을 청일전쟁의 설명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두 행위자 청, 일의 국가이익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며, 둘째, 그러한 국가이익을 달성하기 위 해 청일 양국이 갖는 정책대안들(전략)을 파악하고, 마지막으로 그와 같은 각 전략에 따른 게임의 '보상구조(pay-off)'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청일 양국의 국가이익을 기술하며, 3장에서는 국가이익을 기반으 로 하는 청일양국의 전략 및 그것으로부터 도출되는 양국간 게임의 구조를 살펴보기로 한 다.

II. 청일전쟁의 배경: '보상구조의 형성'

1. 청국의 국가이익

청일전쟁 시기 청국의 국가이익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의 현상유지 및 강화라고 할 수 있다. 청국으로서는 아편전쟁후 서구세력의 영향력확대라는 상황속에서 조선에 대한 종주권 마저 상실한다면 곧 자국의 붕괴를 가속화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선에 대한 종 주권을 유지 혹은 강화하려는 것은 당연한 전략인 것이다.

1882년 당시 일본의 지원하에 편성된 별기군과의 차별대우를 받던 구식군대의 폭동으로 야기된 壬午軍亂은 이러한 상황에 처해있던 청국에게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청국은 제독 오장경 휘하의 군함 7척, 육군 2천여 명을 파견하여 대원군을 붙잡아 천진으로 호송하였다. 그리고 폭동을 진압하여 국왕의 친정을 회복시키고, 일본군의 기선을 제압함과 아울러 마건 충이 인천에서 조선주재 하나부사 공사와 조선의 교섭을 알선하여 일본을 견제하였다.

또 한, 중국은 그해 10월 조선과 '中韓水陸貿易商章程'을 체결함으로써, 조선에 대한 종속관계 의 존속을 확인하였다. 이 장정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조선은 청국의 藩封이며, 이 장정은 속방 조선의 이익을 보호 증진할 목적에서 체결한 것이기 때문에 제 3국에 균점시 킬 수 없다. ② 북양대신은 조선 각 항구에 상무위원을 파견주재시켜 청국상민을 보호하며, 조선국왕은 천진에 大員을 파견주재시키고, 각 항에도 관원을 파견하여 상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한다. ③ 청국의 치외법권을 인정하며, 양국상선의 항구출입과 황해에서의 어업권을 인정하고, 양국의 수도, 개항장, 국경지역에서의 교역을 인정하며, 아편 및 무기거래를 금한 다. ④ 청국상국 상선의 월 1회 정기왕복을 허용하고, 청국군함의 조선연해 순항, 정박 그리 고 조선의 해양방위를 위한 조선연안 및 항만의 자유로운 출입을 인정한다. ⑤ 조약의 개정 및 폐기는 조선국왕과 북양대신이 양당사자가 되어 결정한다.(3)

한편, 1884년 12월 4일 발생한 갑신정변은 또한번 조선에 있어서의 청국의 지위를 강화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임오군란후, 이홍장은 독일인 뮐렌도르프를 보내 조선외교에 대한 간섭을 노골화하였고, 민비일파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의 사대당은 청국의존정책을 취하였 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조선의 진보적 소장관료들은 일본의 여러 세력과 연결을 갖고 수구 파 지배체제를 무너뜨려 진정한 독립국으로서의 조선 재건을 지향하였는데,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갑신정변으로 구체화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갑신정변은 원세개의 청군에 의해 진압되고, 일본공사관은 소실되었으며 다께조 오 공사와 독립당의 핵심인물인 김옥균, 박영효 등은 일본으로 도피함으로써, 갑신정변은 실패하였다. 한편, 갑신정변의 처리를 둘러싸고 1885년 4월 18일 이홍장과 이또 히로부미 사이에 '淸日天津條約'이 체결되었다. 그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 청국은 조선주둔군을 철수하고 일본은 주조선공사관 호위병을 철수한다. 조인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전원을 철수 하며 청군은 마산포, 일군은 일본항으로 철수한다. ② 양국은 조선국왕에게 병사를 교련하 여 스스로 치안을 담당하도록 권고한다. 또한 조선국왕으로 하여금 다른 외국의 무관 1명 또는 수명을 고용하여 교련을 위임하도록 하고, 이후 청일 양국은 교관을 파견하여 조선에 서 교련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③ 만일 장래 조선에 변란 또는 중대사건이 발생하여 청일 양국 또는 一國이 파병을 필요로 할 때에는 반드시 문서로 사전통지하고, 사건이 평정되면 즉시 철수한다.(4)

한편, 갑신정변 이듬해인 1885년 원세개는 駐箚朝鮮總理交涉通商事宜로서 조선에 다시 부임하였는데, 이를 시발로 청국은 조선의 내정간섭을 더욱 심화하였다. 특히, 조선의 외교 업무를 장악하였으며, 조선내 산업부문에 있어서도, 조선전보총국을 개설하는 등 양무파가 주축이 된 청국의 세력은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강화하였던 것이다.

2. 일본의 국가이익

조선에 대한 청국의 국가이익이 주로 전통적인 종주국으로서 향유하던 정치적 이익의 강화라고 한다면, 일본이 조선문제에 있어서 얻으려 했던 국가이익은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주도권의 확보라는 대외적 이익 뿐만 아니라, 권력주도세력의 체제안정의 확보라는 내부적 인 측면도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한편, 조선에서 있어서 일본이 갖는 경제적 이익은 일반적인 의미의 상품시장의 확보라 고 생각하기 어렵다. 즉, 이 당시 일본에 있어서의 조선은 구미선진자본주의 국가가 생산하 는 상품의 매판상인격인 일본의 시장이었지 일본산업자본을 위한 제품시장은 아니었던 것 이다. 따라서 값싼 조선 쌀과 허약한 일본의 금융체제를 보강하기 위한 조선으로부터의 금 수입에 우선적으로 초점이 맞추어 졌다. 일본쌀을 수출하여 지주의 소득을 안정화시키고 값 싼 조선 쌀을 수입하여 저임금 노동력의 재생산을 가능케 하며, 무역의 수입초과와 구미와 의 금은 수출이 계속되는 형편을 금은 가격차로 해결하고, 다시 금본위제를 확립함이 그 목 적이었던 것이다. (5)

대외 정치적 측면에서는, 1884년 갑신정변의 실패를 통해 일본은 조선에서 지배권을 확 보하고 나아가 동아시아지역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청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입장은 "동양의 맹주가 되려한다면, 반드시 '利益線' 의 開張을 계산해야만 한다"는 수상 야마가타 아리토모의 발언에 분명하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으며, 그후 일본의 대륙정책에 주요한 지침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6)

한편, 일본은 국내적으로 1884년 자유당 급진파에 의한 반정부운동인 加波山 폭동이 진 압되면서 자유민권운동의 주류가 대청강경론으로 선회하는 상황속에서 최초의 자본주의 공 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임오군란 이후 대청전쟁 준비를 위한 증세, 군비증강의 기본노선은 항상 사회적 모순들을 격화시켜 국회의 총선거는 상상 야당우세를 가져왔고, 군비확장의 축 소 요구가 강하게 나오기 시작하였다. 야당은 대청전쟁 여론에 따라 외교에서는 강경노선을 주장하여 정부를 추궁하는 반면, 실제로 강경정책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증세에는 강력히 반대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회, 경제적 혼란을 타개하기 위한 방편으로 대청 전쟁 준비에 전력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이것은 1890년, 92년의 대연습, 93년의 出師준비품 취급 위원회의 설립, 戰時大本營條例 제정 등으로 구체화되었다.

일본내 사회불안은 1894년 5월 31일 중의원에 '내각탄핵상주안'이 상정되어 그것이 통과 하기에 이르자 거의 절정에 이르렀는데, 당시 외무대신 무쯔무네미쯔 주영공사에게 보낸 서 신의 다음 내용은 일본정부가 처해 있던 상황을 보여준다. "국내 정세는 나날이 절박해져 정부에서는 무언가 사람들을 놀라게 할만한 사업을 일으키지 않으면 이같이 소란스런 인심 을 진정시킬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까닭 없이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는 것이고, 유일한 목표는 조약개정 하나 뿐이다." (7)

III. 청일전쟁의 전개: '보상구조의 성립'

1. 청일전쟁전의 상황: "치한게임(bully game)"

청일전쟁전 조선에서의 청일 양국간 관계는 청국이 조선에 대한 종주권 유지 및 강화를 시도하는 주도세력이었던 반면, 일본은 그러한 청국의 전략을 수용하는 타협적인 전략을 나 타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으로서는 비록 명치유신을 통해 아시아의 신흥산업국가로 부상하였다고 할 수 있으나, 청국은 조선정부로부터 종주권을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국 제적으로도 그 힘을 높이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에 청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었 던 것이다. (8)

이러한 상황을 일본의 기대효용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당시 일본이 수행할 수 있는 정책 은 ① 청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얻는 기대효용(UPW), ② 패배할 경우의 기대효용 {U(1-P)L}, ③ 청국의 종주권을 인정하는 현상유지 정책 등 3가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여 기서 일본이 대청전쟁을 하기 위해서는 "UPW + U(1-P)L > 현상유지"가 되어야 한다. 즉, 승패를 떠나 청국과의 전쟁을 하는 것이 현상유지보다 낫다는 기대효용을 갖고 있어야 하 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일본의 군사력으로서는 청국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었기 때문 에 중국에 타협하는 현상유지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9)

이러한 청일 양국간 관계는 아래 <그림 1>과 같은 '치한게임(bully game)'의 보상구조 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청국은 보상구조는 '교착게임(deadlock)'과 동일하며, 일본 은 '겁쟁이게임(chicken game)'가 동일하다. 따라서, 청의 우위전략은 배반(D)이며, 일본의 우위전략은 청의 전략에 따른 협력(D)이 되기 때문에 이 게임의 균형점은 (4,2)가 된다.(10) 여기서 청국은 일본을 상대로 한 '치한'이 되는 것이다. (11) 

                                    日                     
                            협력(C)   배반(D)  
                          +---------+---------+ 
                   협력(C)|   2,3   |   1,4   | 
                 淸       +---------+---------+ 
                   배반(D)|   4,2   |   3,1   | 
                          +---------+---------+
<그림 1> 2. 청일전쟁의 발발: "큰 치한게임(big bully game)"

일본의 대청전쟁의 개시는 일본의 보상구조가 변화하였음을 의미한다. 일본에게는 이제 대청전쟁에서 얻는 기대효용이 현상유지 정책보다 더 크게 변화한 것이다.(UPW + U(1-P)L> 현상유지) 이러한 상황은 상술한 바와 같이 일본의 지속적인 군사력 증강을 통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청국이 북양함대의 군사력이 증강이 미진한 사이, 자력으로 건조한 순양함, 철 갑함 다수를 포함하여 1894년 당시까지에 55척, 6만톤의 대해군을 건설하였다. 특히 북양 함대에는 1문도 없었던 최신의 속사포 155문을 갖추었다. 그 결과 1884년의 시점에 일본해 군은 북양함대에 비해 주력함의 평균시속이 1해리 빠르고 평균선령도 2년이 적었으며, 포 의 발사속도도 4-6배 우월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조선에서 일어난 갑오농민전쟁 은 일본에게 개전의 기회를 제공하였던 것이다. (12)

청일전쟁 발발 당시의 청일 양국간 게임은 <그림 2>과 같은 '큰치한(big-bully)' 게임이 라고 할 수 있다. (13) 이제 일본이 청국을 상대로 한 '치한'이 된 것이다.

                  淸                                             淸     
           협력(C)   배반(D)                             협력(C)   배반(D)  
         +---------+---------+                         +---------+---------+ 
  협력(C)|   2,3   |   1,4   |                  협력(C)|   3,3   |   1,4   | 
日       +---------+---------+                日       +---------+---------+ 
  배반(D)|   3,2   |   4,1   |                  배반(D)|   3,1   |   4,2   | 
         +---------+---------+                         +---------+---------+  
               <그림 2>                                        <그림 3>

여기서 청이 갖는 게임의 보상구조는 겁쟁이 게임과 동일하며, 반면 일본의 보상구조에 서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과 동일하다. 따라서, 일본의 '우위전략'은 중국의 전략에 상관없이 요구이며 청국의 우위전략은 일본의 전략에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 즉, 일본은 청국이 어떠 한 전략을 구사하든지 비타협적인 자세(D)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인 데, 따라서 균형점은 (3,2)점이다.

한편, 일본의 입장에서는 DD(4,1)의 보상구조에서 보여지듯, 자신의 공격에 대해서 청국 이 타협하는 것보다, 무력으로 맞대응하는 것이 +1만큼 유리하다. 따라서 일본은 청국으로 하여금 배반(D) 전략이 갖는 더 큰 효용을 인지하게 함으로써, 게임의 보상구조를 <그림 3>과 같이 변화시키려는 전술을 구사하게 된다. 즉, 청국의 보상구조를 죄수의 딜레마의 보 상구조와 동일하게 변화시켜는 것인데 이것은 청국의 우위전략을 배반(D)으로 변화시킨다 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일본은 청국에 대해 굴욕적인 위협이나 요구를 강권함으로써 청국이 자신의 명예를 회복하고자 패배가능성이 큰 전쟁을 선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전술은 청국의 입장에서는 결코 수용될 수 없었던 '朝鮮內政改革案'에 관한 제안으로 구체화되었다. 이또 히로부미에 의해서 제한된 이 정책안은 1894년 6월 15일 확정하였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청일 양국이 공동으로 동학란을 진압할 것, 둘째, 동학란을 진압한 후에는 조선의 내정개혁을 위해 청일 양국에서 약간명의 상임위원을 두어 재정, 관리임용, 치안문제 등을 조사하도록 할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청국과의 협의결과에 구애됨이 없이 일본군을 철수치 않으며, 만일 청국이 일본의 제안을 거부한다면 일본이 단 독으로 조선정부에 내정개혁을 요구하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일본이 예상했던 대로, 청국은 6월 21일 이러한 일본의 제안을 거절하는 공문을 전달하였다. 그 내용은 첫째, 조선변란은 이미 진정되었기 때문에 청일 양국의 공동진압은 불필요하게 되었으며, 둘째, 조선의 내정개혁은 바람직하나 이제까지 청국은 조선내정에 간 섭하지 않았고 일본도 조선의 자주권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내정간섭권이 없으며, 셋째, 변란평정후 철병하는 것은 '청일천진조약'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 철병만이 선결문제 라는 것이었다.(14)

물론, 이에 대한 일본의 대응전략은 '第一次絶交書'로 구체화되는 배반(D)전략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전술은 청의 우위전략을 곧 배반전략으로 변화시켰다고는 볼 수 없 다. 왜냐하면, 이러한 일본의 공세적인 전략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전쟁에 관한 중국내의 입장은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청국내에서는 당시 西太候, 李鴻章 그룹과 光緖帝를 중심으로 한 翁同　, 李鴻藻, 文廷 式 등의 황제파가 대립하고 있었다. 북양대신 이홍장은 북양해군을 통솔하며 파병과 병기의 해외발주권한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재외공관에 대해서도 사실상 지휘권을 가져 外 政의 주관 중앙관청인 총리아문과 경쟁관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특히 84년 이후 군기처와 총리아문이 통일적인 정책결정기구로서 거의 기능하지 못하게 된 후로는 이홍장의 발언력 이 강해졌으며, 서태후도 이러한 이홍장에 의지해서 실권을 유지해 왔다. 그는 북양해군의 군비가 일본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열강 특히 러시아의 조정에 의존해서 개전을 회피함으로써 현상을 유지하려고 하였다. 서태후는 또한 자신의 60세 탄 생일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인해 이러한 이홍장의 방침을 지지하였다. 避戰論의 입장은 일본에 다소 양보해서라도 조선에 대한 종속관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5)

그러나 이와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국도 주전론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황제의 친 정을 모색하던 황제파들은 일본과의 전쟁을 강력하게 주장(淸議)하고 있었으며, 서구제국의 중재를 통한 문제해결을 희망하던 이홍장의 전략도 난관에 봉착하였기 때문이다. 즉, 일본 은 영국으로 하여금 관세자주권과 치외법권의 일부분의 폐기를 내용으로 하는 '日英改正通 商航海條約'에 조인하게 함으로써, 영국의 간섭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또 한, 러시아 역시 일본의 일방적 철퇴는 조선에 있어서 청국의 강력한 지배를 진전시키는 것 이고, 편파적 조정은 영국 등 열강을 자극하는 것이며, 또한 동아시아에 있어서 자국의 군 사력은 사태를 조정하기에 충분치 못하다고 판단하여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뿐만 아니 라, 미국도 그레샴 국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불간섭정책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게 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이홍장으로서도 전쟁의 불가피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으며, 일본의 '제2차 절교서'가 전달된 후인 7월 16일 대일작전계획서를 제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16)

이와 같은 상황의 변화는 청국의 보상구조는 <그림 3>과 같이 변했음을 의미하였다. 이 제 청국으로서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얻는 효용이 협력할 때보다 더 크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청국의 우위전략은 배반(D)이 된 것이다. 청일 양국의 우위전략이 모두 배반이라는 것은 필연적으로 청일전쟁의 개시를 의미하였는데, 이것은 7월 25일 豊島　에서 양국간 최 초의 해전으로 구체화되었다.

3. 청일전쟁의 결과: "삼국간섭: 치한게임(Bully Game)"

청일전쟁은 '예상됐던' 대로 일본의 승리로 종결되었다. 이것은 애초에 일본이 전쟁에서 승리할 확률(PW)이 패배할 확률{(1-P)W}보다 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일본군의 우월 한 전력과 청국군의 효율적인 작전부재 등은 일본이 승리할 확률을 높인 것이다.

예를 들어, 9월 17일 세계사상 최초의 증기기관 군함에 의한 조직적인 전투인 황해해전 이 전개되었다. 일본은 기함 松島를 비롯한 12척, 청국 측은 기함 定遠을 비롯한 14척이었 다. 군함의 성능은 북양해군이 제도적으로 확립된 이래 충실치 못했던 결함이 명백히 드러 나, 배수량, 평균속력, 실마력의 어느 것도 일본쪽이 우세하였고 중포에서는 청국이 나았지 만 속사포에서는 일본이 앞도적으로 우세하였던 것이다. 이 해전에서 청국 측은 36퍼센트의 전력을 소실했고, 일본은 한 척도 잃지를 않았다. 청국 해군은 사실 그 때 포탄이 동이 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청국 군대의 부실한 작전 및 구조도 일본의 승리를 초래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청국의 작전은 처음부터 수비의 진이었고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점이 고려되지 않았다. 그리고 북양군대가 이홍장의 사병이었던 점과 거국일치의 조직이어야 할 정치, 군 사정책이 제대로 수행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던 점이 오히려 그 패배를 처음부터 결 정하고 있었던 것이다.(17)

청국의 패배에 기인한 청일강화조약(下關條約)은 4월 17일 조인되었다. 이 조약의 요점은 다음과 같다. ① 조선국이 완전한 독립국임을 승인한다. ② 요동반도, 대만 및 팽호도를 할 양한다. ③ 군비배상금으로 2억량(3억엔)을 지불한다(7개년 분할). ④ 청국, 유럽 제국간 조 약을 기초로 청일통상 항해조약 및 육로교통무역에 관한 협정을 체결한다. ⑤ 새로이 사시, 중경, 소주 및 항주를 개시, 개항한다. ⑥ 의창-중경간, 상해-소주-항주간 기선항로를 승인 한다. ⑦ 개항장에서 각종 제조업 종사권을 승인하며, 내국제세에 대한 특전을 부여한다. ⑧ 비준 후 3개월 이내에 일본군은 철퇴하며, 조약을 성실히 이행하는 담보로 위해위를 점령한 다.(18)

한편, 이러한 조약항목 중 요동반도의 일본할양의 문제는 서구제국의 관심을 불러일으켰 으며, 이것은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의 소위 '3국간섭'으로 구체화되었다. 우선, 러시아로서 는 자국의 남하정책의 방해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었으며, 특히 시베리아 철도의 만주 및 조 선에로의 연장을 위해서도 일본의 세력을 저지해야 하였다. 독일은 러시아의 관심을 동아시 아로 돌려 러불동맹을 약체화하고 나아가 청국으로부터 해군기지를 획득하려 하였으며, 프 랑스는 러시아의 관심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바뀌는 것을 우려하면서도 러불동맹을 유지하 고, 또 대만, 팽호도의 할량을 저지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3국의 간섭에 대한 일본의 대응은 협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본으로서는 당시 이들 3국 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을 갖지 못하였는데, 실제적으로 노·독·불 3국은 함대를 요동반도 부근으로 항진시켜 일본에 대한 무력시위를 행하였다. 독일공사는 별도의 각서를 통해 일본 이 노·독·불 3국을 상대로 무모한 전쟁을 하지 말도록 위협하였다.

일본으로서는 3국과의 전쟁에서 얻는 효용은 타협할 경우보다 적었기 때문에 즉, "UPW + U(1-P)L < 타협"이였기 때문에 이들과 협력함으로써 차악의 이익만이라도 확보하려 한 것이다. 당시 일본정부의 대응책으로는 첫째, 3국간섭을 단호히 거부한다는 안, 둘째, 3국의 권고를 전부 받아들여 청국에 은혜를 베푸는 식으로 반환한다는 안, 셋째, 국제회의를 열어 거기에서 요동반도문제를 처리한다는 안 등이 제시되었는데, 외상 무쓰 무네미쓰의 주장대 로 결국 3국의 권고를 수용하기로 결정하였다. 그에 따르면, 국제회의를 소집하면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요동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게 되어 구주강국 의 새로운 간섭을 자초하여 강화조약 전체를 망치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19) 이러한 3국간섭과 일본의 대응은 역시 '치한게임(bully game)'의 보상구조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3국
                            협력(C)   배반(D)  
                          +---------+---------+                
                  협력(C) |   2,3   |   1,4   |                
                日        +---------+---------+                
                  배반(D) |   4, 2  |   3,1   |                
                          +---------+---------+                 
                                <그림 4>

여기서 3국의 우위전략은 배반(D)이 되며, 반면 일본의 우위전략은 2가지(협력, 배반)이 다. 즉, 3국으로서는 일본과의 어떠한 타협보다도 강력한 요구(배반)를 제기함으로써 자국들 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며, 일본으로서는 3국의 요구를 거절(배반)했을 때 얻는 효용(1) 보다 수용(협력)했을 때의 효용(2)가 크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次惡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결국 일본은 5월 5일 요동반도를 포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IV. 결론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청일전쟁 전후의 상황은 합목적적인 행위자로서의 청일 양 국이 자국의 국가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들의 상호작용에서 도출되었다고 볼 수 있다. 각 상황에 따라 청일 양국이 갖는 기대효용은 상이하였고, 또 이에 따라 양국은 최선의 전략을 채택하였던 것이다.

청일전쟁전 양국간 게임은 주로 청국이 주도하는 양상을 나타내었다. 정치적, 군사적 측 면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였던 일본으로서는 청국에 협력하는 정책을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급속한 국가체제의 정비를 통한 일본의 국력신장은 게임의 주도권을 일본 으로 변화시켰으며, 이러한 상황속에서 청일전쟁은 발발하였다. 즉, 조선에서의 종주권을 유 지, 강화하려는 청국과 대내외적 요인에 의해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신장하려는 일본으로서 는 상대방에 대한 배반(D)만이 최선의 전략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DD)은 청일전쟁으 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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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왈츠(K. Waltz)는 국제관계를 설명하는 변인으로서 '개인', '국가', '국제구조'를 제시하면서 구조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에 따르면, 국가간 상호작용은 구조에 의해 이미 '위치 지어진'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글에서의 분석단위는 국가이다. 국가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행위자로 가정되는 중심단위가 된다. 왈츠의 논의는 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London: Addison-Wesley co., 1979), Ch. 5 참조; 한편, 분석단위로 행위(agent)로 볼 것인가 구조로 볼 것인가에 따라 국제정치에 대한 입장은 상이하게 나타난다. 이에 대한 논의는 Stefano Guzzini, Realism in International Relations and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London: Routledge, 1998), pp. 193-204.

2) 김재한, 『게임이론과 남북한 관계』(서울: 한울아카데미, 1995), p. 10.

3) 姬田光羲, 阿部治平 外, 『中國近現代史』(서울: 일월서각, 1985), p. 77; 성황용, 『근대동 양외교사』(서울: 명지사, 1992), pp. 179-80.

4) 성황용, 위의 책, pp. 198-99.

5) 佐伯有一/野村浩一 外著, 吳相勳 譯, 『中國現代史』(서울: 한길사, 1980), p. 115.

6) 池田誠 著, 韓善模 譯, 『중국현대혁명사』(서울: 靑史, 1985), p. 45.

7) 佐伯有一/野村浩一 外著, 앞의 책, pp. 118-20; 姬田光羲, 阿部治平 外, 앞의 책, p. 79.

8) 성황용, 앞의 책, p. 167.

9) 기대효용에 대한 논의는 부에노 디 메스키타, "국제갈등 연구에 대한 기대효용이론의 기 여," 김우상 外編, 『국제관계론강의 1』(서울: 한울, 1997), pp. 166-71 참조.

10) 균형점은 한 행위자 이상의 우위전략이 주어진 상태에서 각 행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 만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Shan P. Hargreaves Heap and Yanis Varoufakis, Game Thoery(London: Routledge, 1995), pp.43-45; 한편, 각 행위자의 전략중 협력은 '인내(tolerate)', '동의(agree)', '환영'을 의미하고, 배반은 '주의(notice)', '최후통첩 (ultimatum)' 및 '공갈(blackmail)'을 의미한다. Vinod K. Aggarwal and Pierre Allan, "The Origin of Games: A Theory of the Formation of Ordinal Preferences and Games," in Michael D. Inriligator and Urs Luterbacher, eds., Cooperative Models in International Relations Research(Norwell: Kluwer Academic Publishers, 1993), P. 304.

11) '치한게임'은 Glenn H. Snyder and Paul Diesing, Conflict Among Nations(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7), p. 46 참조.

12) 小島晉治, 丸山松幸 共著, 朴元　 譯, 中國近現代史(서울: 지식산업사, 1988), pp. 46-47.

13) '큰치한게임'은 Glenn H. Snyder and Paul Diesing, 앞의 책, p. 47 참조.

14) 성황용, 앞의 책, pp. 222-23.

15) 姬田光羲, 阿部治平 外, 앞의 책, p. 81. 당시 서태후의 여름 궁전인 　和園의 공사비로 북양해군의 군비가 전용되었다는 추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북양함대의 포탄일부에는 화약 대신 모래가 가득 차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기도 하였다. 존킹페어뱅크, 『新中國史』(서울: 까치, 1992), p. 287.

16) 성황용, 앞의 책, pp. 226-227; 小島晉治, 丸山松幸 共著, 앞의 책, p. 47; 佐伯有一/野村 浩一 外著, 앞의 책, p. 123.

17) 佐伯有一/野村浩一 外著, p. 127-28.

18) 성황용, 앞의 책, pp. 241-42.

19) 성황용, 위의 책, pp. 242-46.

<참고문헌>

* 성황용. 『근대동양외교사』. 서울: 명지사, 1992.
* 佐伯有一/ 野村浩一 外. 吳相勳 譯. 『中國現代史』. 서울: 한길사, 1980.
* 姬田光羲/ 阿部治平 外. 『中國近現代史』. 서울: 일월서각, 1985.
* 池田誠 著. 韓善模 譯. 중국현대혁명사. 서울: 靑史, 1985.
* 小島晉治. 丸山松幸 共著. 朴元　 譯. 『중국근현대사』. 서울: 지식산업사, 1988.
* 존킹페어뱅크. 『新中國史』. 서울: 까치, 1992.
* 김재한. 『게임이론과 남북한 관계』. 서울: 한울아카데미, 1995.
* 부에노 디 메스키타. "국제갈등 연구에 대한 기대효용이론의 기여." 김우상 外編. 국제관계 론강의 1. 서울: 한울, 1997.
* Kenneth N. Waltz.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 London: Addison-Wesley co., 1979. * Stefano Guzzini. Realism in International Relations and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 London: Routledge, 1998.
* Shan P. Hargreaves Heap and Yanis Varoufakis. Game Thoery. London: Routledge, 1995.
* Vinod K. Aggarwal and Pierre Allan. "The Origin of Games: A Theory of the Formation of Ordinal Preferences and Games." in Michael D. Inriligator and Urs Luterbacher, eds.. Cooperative Models in International Relations Research.. Norwell: Kluwer Academic Publishers, 1993.
* Glenn H. Snyder and Paul Diesing. Conflict Among Nations. Princet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7.